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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여행에 사랑을 더하다.

 

오랜 시간 혼자만의 시간에 앙갚음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
이었을까?
아님, 그동안 혼자만의 여행에서 보고 느꼈던 아름다움을 그녀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긴 날의 여행이라 다소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그녀를 다독이며 고속도로위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바쁠 것도 없고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으니
쉬엄쉬엄 늑장을 부릴 수밖에.......


쉼 없는 그녀의 수디에 장거리 운전의 지루함도 잊은 채 얼마나 갔을까?
첫날의 목적지 여수에 도착하니 촉촉이 봄비가 바다를 적시고 있었다 
비 오는 바다를 처음 보았다는 그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불편함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비와 바다에 감탄을 자아냈다.
좀 더 아름다운 여수의 밤바다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육지와 섬 사이를 흐르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 올랐다.

비 오는 밤의 바다,

케이블카의 유리창에 보석 같은 영롱함으로 알알이 맺힌 빗방울은 좁은 우리만의 공간 안에 낭만과 핑크빛 분위기를 유도하였고 
그 아래  밤바다의 네온은 더욱 고혹적인 빚을 그렸다.

살포시 그를 안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아니, 온갖 역경 닥쳐와도 굳건한 파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해상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 본 이순신 대교와 시내 야경)


여수의 밤바다는 그렇게 우리의 인생에 또 다른 깊은 추억의 한 페이를 써 내려가며 무르익었고 
비를 쫓아 온 봄추위를 포근한 밤으로 몰아냈다.

밤 사이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추운 날씨와 비도 우리의 발길을 묶어놓지를 못 했다.

여수에서의 일정은 돌산 항일암을 오를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탓에 포기하고 오동도로 향했다.
바람 부는 날씨를 우산 하나로 막아내며 걸었던 오동도,
동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미 동백은 그 아름다움을 다하고 길바닥에 장렬히 산화하여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는 그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비가 와도 좋기만 하다는 그녀는 얼굴빛 마저 행복함이 가득하다.
나 또한 그 모습 보며 더 큰 행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수 일정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인 고흥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단숨에 달려가자니 여행의 묘미가 없을 것 같아 스마트폰 지도를 보니 섬과 섬 사이를 잊는 바닷길이 새로 뚫려 있었다.

여수 백야도에서 고흥으로 향하는 바닷길,
비 오는 섬들의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여수와 고흥을 잇는 77번 국도로서 다도해를 가로지르며 다리만 5개를 건너야 하는데  바다 위를 달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가히 일품이었다.
다도해 국립공원 안에 놓인 수많은 대교는 전세게 유명 다리를 밴치 마킹하여 건설하였고 
그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바다는 마치 어머니의 품같은 포근함으로 온갖 세상 시름을 떨쳐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여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 모자랐다고 해야겠다.
많은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만 감상해야 하니,


다리 초입이나 끝나는 지점에 다리를 조망 할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있었으면 더욱 다리들의 아름다움을 감상 할수 있었을텐데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고흥 땅으로 건너오는 마지막 다리는 팔영교인데 다리 모양이 금문교와 똑 같이 건설 하였다고한다


아니나다를까 팔영교를 건너오는 동안은  한국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래 사진이 팔영교(시진을 찍지 못 해 인터넷 발췌)


고흥에 도착하니 시장기가 느껴졌다.
길 옆 초라한 컨테이너 식당의 바지락 칼국수가 
맛깔스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볼멘 목소리는 고흥 땅에서도 여전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아니! 전라도인데 사람들이 왜 사투리를 안 쓰는 거야?
 전라도 사투리가 듣고 싶은데...."

더 큰 불평으로 이어지기 전에 식당 주인장에게 사투리 좀 써 달라고 하고 싶은 맘을 억지로 눌렀다.

고흥땅 끝자락 외나로도,
육지의 끝이다. 
도로의 끝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국토의 끝,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산본인 나로도 우주 발사대가 있는 곳인데 도로공사중이라 웅장한 발사대를 못 보는 것은 아쉬움이었다.
외 나로도를 한 바뀌 돌아 왕년의 레슬링 황제 김일의 고향 고금도를 거쳐 소록도로 건너왔다.

소록도는 과거에 일명 문둥병(한센병)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문둥병이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하며 수용이라는 말도 옛날 일제 때 쓰던 말이니 지금은 한센병 환자 요양소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고흥에서는 제법 큰 항구 녹동항으로 들어왔다
여행 떠나기 전 낚시로 잡은 물고기 회 맛 보여 준다는
큰소리가 허풍이 아님을 확인시키려 방파제에서 낚시를 해  보았으나 끝내 허풍이 되어 버렸고
그 탓을 파도에게 뒤집어 씌웠다

여행 삼 일째 날, 녹동의 아침은 맑았다.


지난 밤까지 내리던 봄 비는 더욱 청명한 하늘을 가져왔고
바다에 떨어지는 햇살이 가슴마저 청량감을 들게 했다.


고흥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늦은 아침 완도로 향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가는 길이 벌교를 거쳐가니 벌교 뻘 밭도 가보고 벌교의 향토 음식인 꼬막 정식을 맛보기로 했다
날씨는 더욱 포근함으로 우리를 따스하게 했고
끝없이 펼쳐지는 벌교 뻘의 운치는 무르익은 계절의 사치를 더욱 거만하게 했다.




완도를 목전에 두니 강진 땅이 버티고 있다.
강진의 명소 가우도가 차를 붙잡아 세웠다.
잠깐 동안 출렁다리를 건너보고
남도의 미항으로 꼽는 마량항에서 쉼을 하며 거금도를 거쳐 완도로 들어오니 어느새 땅거미가 져 온다.
다소 치쳐 보이는데도 늘 즐거워하는 그녀를 보며 일찍 쉼을 택했다.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완도의 아침이 낮설지가 않았다.
기나긴 여행에서 돌아와 푹 자고 일어난 집의 안온감,
완도는 이처럼 나에게는 집 그리고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완도를 거쳐 진도까지 재직 시절 섬 하나하나 바다 곳곳 환경조사차 오랫동안 머물며 내 손때가 묻은 바다이기 때문 일테다.

아침 식사를 미루고 신지도 명사십리로 향했다.
쾌청한 하늘은 봄의 따사로움을 가져왔고
불편했던 윗저고리도 허리에 매달리는 봄의 포근함,
맑은 날씨 탓에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십리 해변이 적나 하게 드러나는 수모를 당했지만 가히 해변의 풍경은 수채화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었다.
바다가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내 손에 지그시 힘을 가해 본다.
시기를 하는 것일까? 
간간히 모래 위를 덮치는 파도가 그녀를 밀어 내 보지만
파도마저 그녀의 놀잇감이 되어 그 위세가 어이없다




완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장보고인지라
건너뛸 수 없는 여행 일정이다.
찾아간 곳은 청해진 포구, 
초라하기 이를 데 없고 여타 관광지와 별다름이 없기에 다소 실망감이 들기는 하였으나 그녀에겐 와 보았다는 목적 달성 하나만으로 위로를 해 주었다.
배 고픈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 보니 뱃속이 아우성이다.
메뉴를 뭘로 할까 생각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복 생산지 완도에 와서 전복요리를 건너뛰고 갈 수는 없는 법
전복 코스요리로 거나하게 식사를 하고 나니
이 세상에 부러움이 없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아름다운 음악과,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와의 동행이기에....
완도를 섭렵하고 해남 땅끝 마을로 향했다.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
거리로 따지면 서울에서 제일 먼 곳이 해남 땅끝마을이다.
지역명은 서망이라 하기도 하고 예전엔 토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땅끝마을이라 부른다.
전망대에 올라 보기로 했다.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모노레일을 타려고 했으나 너무 늦게 도착하여 영업이 끝나 산 중턱까지 차로 올라가서 조금 걷기로 했다.
약간 숨이 차 오름을 느낄 즈음 정상에 도착했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에 풍경에 압도당해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서는 글자 몇 개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고 건방진 시각 일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설명 할 말이 없다로 대신할 수 밖에는....




어느새  파도처럼 어둠이 달려들어 종종 걸음을 걷게 했다
다시 밤바다에  낚싯대를 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물고기라는 놈은 내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고 그녀는 또 다시 나를 놀림으로 약을 올린다

여행 4일째 

땅끝 마을에서 여로의 피곤함을 덜어내고 토말의 기운을 가득 뿜은 아침 태양을 가슴에 품고 진도로 향했다.
그녀의 오랜 숙원이었던 팽목항,
세월호의 아픔이 어제일 같은데 어느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가슴 메어지는 아픔도 결국엔 시간이라는 장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아스라이 사람들 기억에서 멀어져만 간다.

아쉬움,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해마다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점점 초라해져만가는 팽목의 슬픔,
인간이 어찌 기쁜 것만 지니고 살아야 할까?
때론 슬픔도, 아쉬움도 가슴  한 구석에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또 다른 마음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터인데....


그녀의 눈에 눈물이 주최할 수 없는 흐름을 보인다.
나 또한 가슴의 먹먹함에 숨이 막힌다.




팽목을 뒤로하고 진도로 향했다.
유유자적 거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노을이 질 즈음,
한국 노을의 명소 세방 낙조를 보기로 하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 계단이 멀다.


객기를 부려 그녀를 업었다.
딱 열 계단을 약속하며 등에 업힌 그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곱을  더 올랐다 무거웠지만 마음은 전혀 무겁지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가벼웠을 것 같기에...



(진도 대교 전망대에서 바라 본 진도 대교)



서서히 바다가 불게 물들기 시작했다.
서쪽 바다 섬 건너쪽  태양이 생을 다할 즈음, 손가락을 베이는 알싸함 뒤에 솟아나는 붉은 피처럼 
바다는 붉게 붉게 조금씩 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도 찰라의 시간 처럼 아쉬움만 남긴 채 빨간 태양은 어느새 섬 산 뒤로 그 모양을 감추고 어둠을 드리워 붉은 상처를 치료한다.



섬이 어둠에 숨었다.

밤 섬을 떠도는 길,
며칠 동안의  여행에  피로를 느낀 그녀가 집으로 가자고 애교를 떤다....
어두운 차 안에 그녀의 수다가 자동차 핸들을 가볍게 했다.


                                                 May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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