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파마하고 기인이 됐다 샤워하고 거울을 보니 웬 기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나이에 걸맞지 않게 머리카락의 자라는 속도가 미용실을 한 달만 걸러도 귀를 덮어버리고게다가 듬성듬성 돋아난 흰 머리카락까지 가세해 볼썽사나운 꼴로 변해 버린다.마르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미용실을 찾았다.그런데,“선생님 염색과 파마를 한번 해 보세요 훨씬 젊어 보일 거예요” 순간,파마라는 말에 흠칫 놀라며 잠시 고민했다.파마머리가 어울릴까 걱정도 앞서고 해서, 어느덧, 내 머리카락도 젊음을 위장할 때가 되었나 보다.젊어진다는 말로 유혹하며 염색과 파마를 권유받을 나이가 되었나 보다.그동안 애써 태연한 척 나이 들어서 나오는 흰머리가 아니고 새치임을 강조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새치라고 우기기에는 겨울철 흰 눈을 뒤집어쓴 것 같은 머리카락이 인정.. 더보기
남쪽으로 튀어 샤워하고 나오니 갈아입을 속 옷이 없다. 보따리에 넣어 온 3벌의 속옷이 모두 검은 봉지 속에서 땀 냄새를 풍기며 구겨져 있다. 결국, 여행의 일정을 계속하려면 속옷을 꺼내 빨아야만 했다. 몇 번을 왔는지 기억나지도 않은 남해를 또다시 찾은 것은 단순히 남해의 아름다움에 이끌려서가 아니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차고 있는 남해를 다시 찾은 것은 오로지 그녀를 위해서였다.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샐 줄 모른다고 했던가? 내가 꼭 그 모양이었다. “우리 여행 다녀올까?” “어디로?” “글쎄 어디가 좋을까? 당신 가고 싶은데 있으면 그리 가자 ” “내가 아는 데가 있어야지 가본 곳도 없고 ,” 그녀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기다 남쪽 바다로 3박 4일 일정을 계획.. 더보기
피서시즌 코로나 회피 노지 캠핑3선 올여름도 최고더위를 갱신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가세해 인산인해의 피서지는 가기가 꺼려진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해수욕을 즐긴다는 것도 왠지 우스꽝스럽고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옆 텐트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 속에서 쉬러 갔다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맘때만 되면 인터넷 등 여기저기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한적하고 경치 좋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느라 혈안이 된다. 나는 한 25여 년 전 PC 통신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던 시절 사륜구동 비포장도로 탐험을 취미로 했었다. 그 당시는 사륜구동차량이 아니면 갈 수 없었던 오지 중의 오지가 지금은 승용차도 갈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발전했고 나만 알고 있었던 비경을 간직한 장소는 이.. 더보기
두 얼굴의 특별시 무료함에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하던 중 며칠 전 TV에서 보았던 서울 풍물시장이 생각났다. 옛날 황학동 벼룩시장이 풍물시장으로 탈바꿈하고 난 뒤 아직 가보지를 못했기에 집을 나왔다. 대학 시절 학교가 청계천과 멀지 않아 공학과 학생들에겐 제집 드나들듯 했던 세운상가와 청계 8가, 그 시절에는 시간만 나면 달려가서 좋은 물건도 싸게 사는 횡재를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사뭇 궁금증이 앞섰다. 주말인 탓에 앞 차량의 꽁무니를 쫒아 얼마를 갔을까? 그런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를 몇 바퀴 돌다 겨우 주차하고 나오니 동묘공원이 눈에 띄었다. 동묘공원, 이곳은 중국 고대 촉한의 장수 관우가 모셔진 사당으로 알고 있다. 관우가 조선의 장수에게 도움을 주었다 하여 은공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이는 조선.. 더보기
드라이브 코스 이만한 곳 없다 고흥엔 잘 안 가시죠? 남도 땅 끝자락 고흥은 동서 쪽 여수와 완도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서 완도와 여수의 유명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여행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특히 군 차체가 다도해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지역임에도 농경지가 쓸데없이 큰 탓에 바다를 보려는 여행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구석구석 찾아다녀보면 머물고 싶은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이런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남도의 바다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지역보다 더딘 발전을 보여주는 곳이 고흥이다. 그러나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고흥만 한 곳이 없다. 이렇게 큰 맘먹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 않은 고흥이지만 그러나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77번 국도가 개통되면서 고흥으로의 접근성이 훨씬 쉬워지고 더욱 알찬 여행 일정을 잡기가 유리해졌다.. 더보기
화천에서 하루 놀기 오래전 인기 여배우가 산소 같은 여자라는 화장품 광고 카피가 있었다. 화천에 와서 문득 그 오래된 광고가 생각이 난 건 왜일까? 만약 지금 화천을 광고하라고 한다면 그때 그 광고 문구를 도용해 산소 같은 화천이라 해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산소 같은 화천, 강원도 화천 하면 해마다 겨울에 열리는 산천어 축제를 떠 올릴 것이다. 그만큼 화천 산천어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꽤 명성을 얻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겨울 축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화천의 산천어 축제가 대성공을 거두자 이를 벤치마킹하여 전국적으로 겨울철만 되면 물고기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기 시작했으니 화천 산천어 축제의 유명세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겨울 산천어 축제의 화천만 알고 있을 뿐 그 외 숨은 매력은 잘 모르는 .. 더보기
여름날 한때 시골 산골짜기 기온이 한낮의 열기를 비웃듯 신선한 바람을 토해 낸다. 앞뒤 창문으로 신선한 바람 유유자적 거리고 뒤 뜰 산자락에 비둘기 쌍쌍 울어대니 저절로 행복에 겨워 뒤집히고 있다. 한때는 연구실적의 압박에 삼복더위에 물 구경도 못 하고 몇 날을 꼬박 포박을 당했던 시절도 있었거늘 살다 보니 이런 복에 겨운 날도 찾아오고 인생, 그야말로 피박에 독 박 쓰더라도 언젠가 오광에 쓰리고 칠 날 오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인가 보다.유월임에도 더위는 연일 30도를 넘기며 한여름 가운데 있지만, 더위도 코로나도 이 곳에선 남의 나라 일 같이 여겨지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시원한 차 한 잔 들고 데크에 앉아 바람을 즐겨본다. 테라스에 널어놓은 빨래를 바라보며 마음마저 깨끗해져 옴에 머리가 맑아진다. 간밤의 짧은 .. 더보기
소나무에게 쓴 편지 깊은 잠에 빠진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삭발한 민머리에 초췌한 모습이지만 이별을 온화하게 맞아들이는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내 가슴은 칼로 난도질을 당하는 듯했습니다. 내가 잡은 손에서 나의 체온이 전달되는지 고개를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당신, 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려 왔습니다. 내가 말하는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손끝에 온 힘을 다해 당신의 뜻을 전하려는 작은 떨림에 나는 온몸이 감전되는 듯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결국, 삶의 끝자락을 잡고 두 딸아이와 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가만히 눈을 감은 당신을 보았을 땐 차라리 내가 당신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감은 당신의 눈에 이슬이 맺히고 내 눈물이 당신 볼을 타고 내릴 때 당신의 육신은 상처만 남긴 채 우리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