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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

완도군(대모도)

대모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해안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최고 80미리 가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각별히 주의..... "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마음의 동요가 일기 시작했으나 나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애써 침착한 척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그래 편하게 먹고, 놀고, 재미있게 구경하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닐 터, 낯선 곳에서의 고생, 그리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의 어려움 이런저런 많은 경험이 곳 여행인 것이지....
결국, 나는 날씨가 심술을 부리는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귀가가 아닌 다음 목적지인 남해바다로의 일탈을 감행하기로 했다.

늦은오후,
입에서 흥얼거림이 절로 나온다.

집을나 온 날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정은 언제나 내 마음을 허공에 둥둥 떠 다니게한다.
길 위에 자동차를 올렸다.
일기예보의 경고처럼 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저 우중충한 을씨년스러운 계절의 습기만이 건조함을 쫏고 심술굳은 먹 구름은 양볼에 가득 물을 머금은 채 어느 때 시원하게 뱉어버릴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자동차가 완도에 가까워질 즈음 서쪽하늘은 어둠을 짙게 드리웠고 간간이 내리던 비는 자동차 와이퍼의 수고를 제촉하게 했다.

나는빚길 운전의 불편함에 남은 거리를 당겨보고 지나온 길보다 남아있는 길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음에 지그시 발바닥에 힘을 덜어 본다.

그렇게 밤이 바다를 삼킬 시각에 완도의 관문이 나를 반겨 주었다.

 

 

13번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해남을지나 완도 섬 초입에 환영 아치가 반겨준다

 

완도의 밤은 어둠속이다.
완도의 밤은 도시의 그것과 또 다른 밤을 선사했다.
할로겐 가로등 불빛의 노란 밤바다는 때론 거칠었다가 곧이서 순해졌다가 간혹 지나다니는 목선의 파장에 바다는 순간순간 넘쳐나는 개성을 보여주었다.
멀리 등대의 항로 표지등이 빠알간 색깔의 불빛을 간헐적으로 비춰주며 저 쪽 암흑속 어딘가에 항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느 열로한 어부의 뱃길을 인도 하여주는듯, 불빛에 온정이 깃 들어 보인다.
완도의 항구가 서서히 또다른 하루를 맞을 무렵 나는 오랜 운전의 고단함에 육신을 뉘일곳을 찿아 거리를 헤메였다.
곧이어 저만큼 숙박업소특유의 네온이 자신의 존재를 가리키며 밤하는의 어둠을 방해 하고 등대를 향해가는 어부처럼 나또한 네온의 불빛에 이끌려본다.

 

"몇분이십니까?"
"혼자인데요?"

 

프론트의 여직원은 잠시 모니터를 기웃거리더니이내 어두운 표정을 짖는다.
나는 직감했다. 룸이 없음을...
그렇다 난 항상 이렇게 즉흥적이다.천성이 그런가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하는 준비성이 없다.

모든일을 닥치면 그때그때 풀어나가는 아슬아슬한 모험을 한다.
이런 삶의 태도에 직장생활중 핀잔도 많이 받았고 고초도 격어 보았으나 .삼세지습지우필십. 이라고 했던가?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고쳐지질 않는다.
여든이 되면 고쳐질까?
그러나 여직원은 나의 넘겨짚은 내 짐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손님 그런데룸이 한실밖에안 남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순간 나의 짐작이 틀렸음이 내심 반가웠다.

"아 좋아요! 그거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숙박계에 채크인을 하는사이 여직원은 능숙한 손 놀림으로 카드기계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기게는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돈을 먹어삼키더니 과식을했는지 시원하게 소리를 내며 똥을 싸댄다.
날씨가 게절을 비웃듯 다소 쌀쌀함을 갖췄다.
룸에 들어서자 주최 할 수 없는 피곤이 몰려왔다.샤워는 아침에 하기로 하고 한실의 안락함에 취하기로 했다.
새벽,
오늘도 하늘은 회색빚임을 암시라도하듯 창문으로 들어오는 동쪽 하늘이 초라함을 드러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아침을 장어탕으로 해장을 계획했지만 시간이 허락을 할 것 같지가 않았다.
완도항 여객터미널,의외로 썰렁함이 감돈다.
너무 이른 시각인가?
아님 어두운 경제의 여파로 사람들의 움추림 탓인가?
해답은 곳 여객선의 인부 입에서 들어났다.

 

 

완도항 여객 터미널에서는 멀리 제주도까지 여객선이 운항하는 규모가 큰 터미널이다

 

"아 예전같으면 손님은 이배 못 탓습니다
섬에 갈려는 차들이 저 차도에까지 밤부터 와서 줄을 서있었으니께
근디 경기가 않좋은께 놀러오는 사람들이 싹 줄어 부렸당께요
우리야 편해서 좋긴하다만 그려도 인간들이 시끌벅쩍허야 사람 사는맛이 나는디 이놈의 경기가 은지나 풀릴랑가 장사하는 사람들도 매일 울상이지라..."

이것을 다행이라해야할지 아님 슬퍼해야 할지 지금 나의위치가 애매모호하여진다.
대모도로 들어갈면 완도 선착장에서 객선을타고 50분을 가야 한다.
객선에는 평일이라 그런지 주민인 노인 두어 분과 고향집을 가는 듯 한 젊은부부 이렇게 너덧 명만이 큰 배를 움직이는 수고를 하게했다.나는 객실로 들어갔다.
약간 촌스러운 옷차림의 젊은부부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 살다 도회지로 나간지 오래지않음을 증명하 듯 한껏 어색한 멋을 드러냈다.
구석의 노인 두분은 한 시간의 뱃길이 익숙한 듯 어느새 눈이 지그시 감겨 있고 간간히 내는 콧 소리도 배의 소음에 겨우 세상을 빠져 나온다.
너울 파도의 울렁거림에 약간의 현기증을 동반하는사이 객선은 청산면 소모도리의 아주 작은 포구에 노인 두 분을 내려 놓았다.
소모도는30가구에 노인만 47분이 현재 사신다는 아주 작은 섬이다.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낚시꾼이 전부라는 섬 이라는것을 배가 다시 출발할 즈음 약간 촌스러운 젊은 부부에게 들었다.
그렇게 변덕스러운 바다위를 미끄러지듯 50여분 대모도(띠섬)의 아주 초라한 포구에 객선은 헐떡이던 숨을 고른다.
생소한 낮설음, 이런 순간이 나는좋다.
늘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낮설음에 쉼취하기 위해서이다.
살면서 내가 다니는길, 내가다니는가게, 내가사는 한정된공간, 그리고 늘 눈으로 보고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모든것 나는 이런 모든것에서의 해방이 좋다.
낮설음에 매료되어 있으면 희열이 솟구친다. 온 몸에 카타르시스가 밀려온다.

 

 

 


어디선가 나또한 낮설음의 대상이되었는지 누렁 막개가 나를 향해 경계의 눈빚으로 파도소리를 잠재운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을하다 낚시를 하기위해 마을 한적한 갯바위를 향했다.
날씨는 금방비라도 한바탕 퍼부을 듯 짙은 어둠에서 벋어 날 줄 몰랐고 북동풍의 거센바람에 낚시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놓고 가슴속 두 마음이 실랑이를 벌이고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와서 낚시를 안하고 이 섬을 나갈수는 없는법 낚시꾼에게는 익히 알려진 무수히 많은 포인트가 산재하여있는 이곳 대모도, 그렇다 이곳이 뭇 낚시꾼의 로망인 대모도가 아닌가?
나는 낚시를 할까말까 실랑이를벌이던 두 마음에게 낚시를 하자라는쪽 편을 들어 주기로 했다.
갯바위로 가는길은 다소 험난했다.
나보다 큰 키의 수풀을 헤집고 울퉁불퉁 솟아오른 바위를 넘으며 어린시절 군대 훈련소를 방불케하는 유격에 버금가는 돌격 앞으로를 행한지 20여분 눈앞에 펼쳐지는 갯바위 아래 푸른 바다는 그야말로 몽환적인 환상의 자태를 드러냈다.
저 깊고 푸른 물속에 내가 재물로 노리고있는 각종 물고기들이 어서오시라고 환영이라도 해 주는듯 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손놀림이 바쁜 움직임을보인다.
날씨의 변덕스러움에 대비하여 타프를치고 베이스 캠프를 구축했다.

 

 

 


그리고 나만의 왕국이 구축되고 나는 또 다른 세게로의 희열을 맛 보기위해 낭창거리는 5미터30센티의 낚시대에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를 달고 힘차게 첫 케스팅을 했다.
파도는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의 출현에 낚시줄에 매달린 찌를 사정없이 흔들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듯 하다.
그러다 이내 체념 한 듯 자신의 몸위에 찌를 허락할 즈음 물속 물고기의 탐욕스러움이 찌를 물속으로 불러들인다.
나는 전문 낚시꾼이다.이런 찰라의 순간을 위해 긴여정을 감행했다.
이 순간을 놓치는것은 나의 유혹에 순순히 걸려든 물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닐듯 하다.
힘차게 낚시대를 허공으로 챔질을하자 낚시대를 잡은 손에 떨림이 전해온다.
그래! 바로이것 이 떨림, 희열,호기심,물속에서 나에게 걸려든 놈은 어떤놈일까?
난 낚시대를 곳추 세우며 놈과의 힘 자랑에 질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놈을 물밖으로 끄집어 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갯바위로 올려진 놈은 짙은 어두운 색을 띄고있는 36센티 노래미, 놈은 억울한 듯 갯바위 위에 퍼떡이며 오두방정을 떤다.
그렇게 벵에돔, 감성돔, 그리고 우럭,이런놈들로 바다를 가지고 놀 무렵 서서히 시장기가 느껴졌다.
드디어 만찬의 시간이다.
먼저 초 고추장에 냉이 고추를넣고 적당히 장을 만든뒤 난 놈들에게 잔인한 난도질을 가했다
약육강식, 세상살이가 이또한 약육강식으로 이루어진바 놈들도 나의 잔인함에 수궁 하리라 믿는다.
벵에돔이 입에 들어왔다.
감칠맛의 쫄깃거림에 입이 행복하다.
노래미를 혀위에 얹어놓자 뇌가 자극을받는다. 빨리 삼켜버리라고.....
볼락을 젖가락으로 집자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파도 소리와 대작을 한다.
꼴깍!
그리고 실성한 듯 나의 웃음 흐흐흐....그순간 나는 장금이의 수라간 상차림이 부럽지 않음을 느꼈다.

 

 

 


행복하다.아니 이렇게 쭉 행복한 삶이고 싶었다.
이런 시간, 이런 삶을 위해 나의젊음을 포기했고 열정으로, 노력으로, 젊은시절 가족을위해 일을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았다.
그렇기에 지금 누리는 이 호사가 결코 나는 사치가 아니라 생각 한다.
보답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온 나자신에대한 보답인것이다.
그렇기에 난 언제 까지나 나를위해 나의 삶을위해 그 무엇도 아끼지 않을것이다.
호사스런 횟감으로 배를 채우고나자 가을치고는 제법 후덥지근한 날씨에 온몸이 거북했다.
그리곤 불편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기도 전에나의 윗도리는 벌써 갯바위 위에 내팽겨쳐 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도리 속옷 하나 몸에 간신히 버티고 있을 쯤 내 몸은 이미 바다물 한 바가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여기는 신세계다.
하루종일 있어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볼 수없는 낙도의 한적한 갯바위, 무슨 짖을 하던 나무랄 사람도 없고 제지받을 이유도 없다
이곳은 나의 파라다이스요 나의 천국인것이다.
거북손, 홍합, 소라, 고둥, 모두가 물속의 나처럼 맘껏 자유를 누리고있다.
섬에서의하루 해가 질무렵 민박집의 객주를 찿았다.
초라한 시골집 방 한켠에 나의공간을 확보하고 짙은 어둠이 섬을 삼켜버리고 간간이 파도소리만이 이곳이 섬임을 알리려는듯 울움을 울때,
민박집 주인 어부가 술한잔을 권한다.
내심 푹 쉬고도 싳었으나 이것또한 여행의 묘미이니 고마움을 거부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안 주무시지라? 이것좀 드셔보쇼!"

퇴색 되어버린 둥그런 양은 밥상위에 온갖 바다의 먹거리가 구워지고 삶아지고 저마다의 맛을 예고 하느라 모락모락 김을 내품고 있었다.

"아이구 어르신 이게 다뭡니까?
이 귀한것을........"

"귀하긴 이짝에 널브러진 것이 모다 이런것 인디..
안 주무시는것 같아 잡숴 보라고 이 사람이 맹글었쏘"

나는 그렇게 영감님과의 술잔이 늘어가는 시간에도 취기는 다가오질 않았다. 오히려 술로인한 취기가아닌 사람으로 인한 취함에 밤이 부드러웠다.
오랜만에 음주로 간밤에 오래도록 푹 잘수가 있었다.
부시시 눈꺼풀을 비비고 아직도 한지의 창호로 되어진 쪽문을 열자 전날과는 다르게 바닷가 물결위에 반짝이는 햇살의 투영에 눈이 부셨다.

 

 

 

 


오늘은 산을 올라보고 영화 남쪽으로튀어 촬영지를 돌아 보고 섬 구석구석 신비를 찿아보기로했다.
섬 산을 향에 발걸음을 옮겨 본다.
섬 산에 올랐다.
높지않은 섬에서 내려다 보는 섬의 바다,바다가 길을간다.바다가 여행을 한다.
때론 길쭉한 물결띠를 이루기도하고,때론 넓은 조류를 이루었가 바다는 그렇게 멀리멀리 갈 길을 가고있다.
아니 바다는 가만히 있고 섬이 간다.
그리고 나도 어딘가로 떠나가는것 같았다.
수풀 우거진 언덕 능성이 초라한 집 한 채가 덩그러니 그 수명을 다해가며 기울어져 가고있다.
마당에 들어서자 김윤석의 외침이 들려온 듯 했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낙향하여고기잡이로 소박한 삶을 꿈꾸는데 느닷없는 개발논리에 휩싸인 섬마을, 김윤석의 개발 반대 저항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뒤이어 오연수의 감정짙은 연기가 무너져가는 집 부엌 문턱을넘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섬 탐방을 하기위에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두 세 시간 섬의 끝과끝으로 이어진 길이 불과 일 킬로도 안되는 작은섬, 더이상 갈곳이 없ㅇ다.
아니 뭍으로 나가는 배 시간에 맞게 일정을 준비 했기에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나는 처음 나를 뱉어 버리고 유유히 떠나버린 객선과의 조우를 기다리며 포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내릴때는 보지 못했던 여객 대합실이라 쓰여진 작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그 모습에 우습기도 하고 호기심도 들어 안으로 들어가보니 여객 대합실에 배 시간표가 없다.
어쩜 시간표 따위는 이섬에서 필요치 않을런지도 몰랐다.
하루 두 번 다녀가는 객선을 시간표가 없어 놓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기에.
마치 시간이 정지되어 버린 듯한 섬의 일상에 시간 개념은 부질없는 계산일뿐, 이곳에선 시간이 사람을 지배하지 못했다.
다만 한쪽벽 벗겨진 페인트위에 단단히 붙어있는 이제는 누렇게 변해버린 작은 종이위에 아직도 지워지지않은 포스터
간첩식별법,
둘만낳아 잘기르자,
등등 호환마마가 제일 무서웠던 암울한 시기의 포스터가 나를 박장대소하게 하며 대모도의 마지막 휘날레를 즐겁게 장식하게 했다.

 

 

                          영화 남쪽으로튀어에서 꼬마 아이가 키우던 반반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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