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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문학

청산도

 



                                                                                섬을 다지며 간다

몸의 중심이 다져지기 전 섬의 속살들을 이곳에선 만나지 못한다

청산도는 바람 숭숭 새는 골목

정좌한듯한 먼지를 들쓴 돌의 낙원이다

바람이 꽃이고 그러므로 바람들의 고향이다

섬 길 따라가는 사람들은 김밥 한 줄 오이 하나로 힘을 받고

마을로 이어지는 삶들의 길은

아직도 긴장을 덜어내지 못하고 질척한 꿍꿍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청산도는 바람의 천국이다

바람도 섬 사이사이 드나들며 안과 밖에 무늬를 만들고

그러한 날이면 바람도 가볍지 않은 무장으로 해초 마르는 언덕의 느슨한 것들을

꼭꼭 다지며 가도

사람들을 내려놓고 가는 법을 모른다

섬 산이 돌을 만들었는지

바람이 돌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정표가 지키고

검푸른 바다의 내력은 돌이 지킨다


청산도

사람의 도시를 떠나온 발자국들을 어우르며

마지막 갈증을 품으면

바람 한 줌 덜어 주머니 속으로 넣어준다

그 단단한

by감성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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