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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문학

섬의 풍경





그 섬에 가면 그 옆에 또 다른 작은 섬이 있다
다리가 생기면서 밀물과 썰물 위를 마음대로 건너 다닐 수 있는,
작은 섬 입구엔 오래된 장승 섬 주위를 순찰하는 듯 큰 눈으로 바라보고
누렇고 짧은 털의 늙은 막개 한 마리
다리를 건너오는 사람들을 섬 대신 반기는 곳
그 옆으로 작은 갯벌이 불러들인 새들
주린 배를 채우고
물이 덜 빠진 방파제 맞은편 쪽에선
사내들 몇 비릿한 여름을 낚고 있다
선착장 쪽 노을을 삼킨 연인이 얼굴을 마주 보다가
바다 쪽으로 사라지면
그때서야 하루의 경계를 만들려는 듯
어슴푸레한 몇 서쪽 하늘에 걸린다
떠나는 하루가 아쉬워서일까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씩 들고 나온 폭죽들이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 준 배설물 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느릿한 걸음걸이의 노인부부 한쌍
어두운 쪽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기억을 다투어 꺼내는 듯 나란히 선 채 한참이고 정지되어 있는,

그 사이 포구 한편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하고
그가 잡아온 온갖 비린내들이 춤을 추듯 일렁이는 배 위에서 파시를 이루며
섬의 밤은 속속 깊어지고 있다

섬을 나오는 길
한 가지씩 추억을 안고 배 위에 오른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섬을 향해있다
미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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