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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이야기/사는이야기

파마하고 기인이 됐다 샤워하고 거울을 보니 웬 기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나이에 걸맞지 않게 머리카락의 자라는 속도가 미용실을 한 달만 걸러도 귀를 덮어버리고게다가 듬성듬성 돋아난 흰 머리카락까지 가세해 볼썽사나운 꼴로 변해 버린다.마르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미용실을 찾았다.그런데,“선생님 염색과 파마를 한번 해 보세요 훨씬 젊어 보일 거예요” 순간,파마라는 말에 흠칫 놀라며 잠시 고민했다.파마머리가 어울릴까 걱정도 앞서고 해서, 어느덧, 내 머리카락도 젊음을 위장할 때가 되었나 보다.젊어진다는 말로 유혹하며 염색과 파마를 권유받을 나이가 되었나 보다.그동안 애써 태연한 척 나이 들어서 나오는 흰머리가 아니고 새치임을 강조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새치라고 우기기에는 겨울철 흰 눈을 뒤집어쓴 것 같은 머리카락이 인정.. 더보기
은퇴 그 후..... 불교 언어에 公案(공안)이란 것이 있다.이른바 화두와 같은 것인데 “부처가 무엇인고?” 물었는데 “뜰 안의 잣나무요!”라는 식의 다소 동문서답 같은 말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주로 일화 등을 빌어서 화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요즘 나의 화두는 “사는 게 무엇인가”이다 누군가 이런 화두를 내게 던진다면 나는 다소 엉뚱하게 “죽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뜬금없지만 나의 화두 속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물론 신체적 죽음이 아닌 정신적인 몰락 즉, 죽어버린 내 정신세계를 말함이다.아침에 출근을 하여 네 시간, 그리고 점심 식사 후의 네 시간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리듬의 삶,이 행로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부여되는 의무이기에 대개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수행해가며 산다.그런데 이런 정.. 더보기
다시 시작한 사랑 봄이건만 여름 더위가 괘씸하게 느껴지는 오월 초순 미친년 널뛰듯 오늘은 또 쌀쌀함을 갖췄다. 비까지 동반한 봄인 듯 봄 같지 않은 날에 그녀와 재래시장을 찾았다. 얼갈이 배추와 열무 몇 단 그리고 시장 표 수 제빵 두 봉 비 내리는 시장 바닥을 걷다 보니 바짓가랑이 까지 흠뻑 젖어 발걸음이 불편했지만 비는 우리 두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그녀의 집에 마주앉아 사 온 채소를 손질하는 손길에 새록새록 푸근한 정이 쌓이고 비로소 봄의 포근함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숨이 죽은 배추를 보며 나 또한 그녀의 마음속에서 소금에 절여져 남은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부드럽고 적당한 간수가 베인 배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추 몇 포기 열무 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