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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물들다 늘 혼자 만이여야 했던 길 위의 날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여행지에서의 쓸쓸함은 늘 차가운 고독뿐이었다. 얼마를 더 낯선 곳을 배회해야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마음을 다독이지 못하고 집보다 거리의 날들이 점점 더 쌓이는 어느 날, 사람들에게 물듬은 그동안 여러 날 발악하듯 떠돌아다니며 떨쳐버리려 했던 아니 고독도 행복이라는 나만의 삶의 방식을 떨쳐버릴 수 있는 즐거운 여정이었다. 계절은 가을로 시나브로 물들어갈 때, 잦아지는 여행에서 혼자만이 느끼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아름다움을 친구들과 같이 느껴보고자 계획 했던 1박 2일의 여행, 내심 너무 먼 곳이라 동참할 친구들이 있을까 했지만 한 명 한 명 동참 의사를 밝혀왔고 결국 많은 친구가 참여하게 되었을 때 내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 더보기
먹방 얼마 전에 황교안씨가 80년대 대학 시절,학교 구내식당에서 50원짜리 라면 국물을 사 먹으며 공부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다. 80년대 이후 대학을 다녔던 세대를 중심으로 거짓 이라며 황 대표를 비판했고 그 이전 세대들은 황 대표가 정말로 라면 국물을 사 먹을 정도로 가난했을까 하며 의문을 품었었다. 그런데 당시 여러 대학의 구내식당에서는 도시락 국물용으로 라면 국물만 따로 팔았던 게 사실이었다. 황 대표가 정말 라면 국물을 사 먹을 정도로 가난했을까? 하는 것은 관심 없지만, 그때 그 발언을 듣고 한동안 지난날 나의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해 다소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가격이 50원이었는지는 강산이 서너 번은 바뀐 세월의 흐름 속에 되찾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아마 100원 정.. 더보기
일상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낯섦에 익숙하다 흥정소리 높아진다 바다보다 푸른 새벽이 이 곶이다 칠흑의 어둠을 빠져나온 오징어 배 출렁이던 등이 꺼지고 뿌옇게 고여 들었던 담배 연기는 햇살에 바직 부서진다 어시장 사람들 사이로 밀려들어가면 등 푸른 비린내보다 진한, 흥정들이 고여 있다 이 곶의 사람들은 일상을 젓갈처럼 삭히는 법을 안다 처음 보는 얼굴도 어제 본 듯 적당한 간수를 맞출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수없이 부딪치는 팔꿈치에도 비린내는 빠르게 흩어진다 주둥이를 걸고 제 몸 비틀고 있는 가자미를 훔쳐보며 빠져나온 정오, 이 곶의 일상은 햇살도 푸른빛이다 낯선 소음에 익숙한 일상 비린내 몇 들고 나온다 더보기
여행에 사랑을 더하다. 오랜 시간 혼자만의 시간에 앙갚음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 이었을까? 아님, 그동안 혼자만의 여행에서 보고 느꼈던 아름다움을 그녀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긴 날의 여행이라 다소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그녀를 다독이며 고속도로위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바쁠 것도 없고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으니 쉬엄쉬엄 늑장을 부릴 수밖에....... 쉼 없는 그녀의 수디에 장거리 운전의 지루함도 잊은 채 얼마나 갔을까? 첫날의 목적지 여수에 도착하니 촉촉이 봄비가 바다를 적시고 있었다 비 오는 바다를 처음 보았다는 그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불편함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비와 바다에 감탄을 자아냈다. 좀 더 아름다운 여수의 밤바다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육지와 섬 사이를 흐르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에 .. 더보기
은퇴 그 후..... 불교 언어에 公案(공안)이란 것이 있다.이른바 화두와 같은 것인데 “부처가 무엇인고?” 물었는데 “뜰 안의 잣나무요!”라는 식의 다소 동문서답 같은 말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주로 일화 등을 빌어서 화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요즘 나의 화두는 “사는 게 무엇인가”이다 누군가 이런 화두를 내게 던진다면 나는 다소 엉뚱하게 “죽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뜬금없지만 나의 화두 속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물론 신체적 죽음이 아닌 정신적인 몰락 즉, 죽어버린 내 정신세계를 말함이다.아침에 출근을 하여 네 시간, 그리고 점심 식사 후의 네 시간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리듬의 삶,이 행로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부여되는 의무이기에 대개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수행해가며 산다.그런데 이런 정.. 더보기
다시 시작한 사랑 봄이건만 여름 더위가 괘씸하게 느껴지는 오월 초순 미친년 널뛰듯 오늘은 또 쌀쌀함을 갖췄다. 비까지 동반한 봄인 듯 봄 같지 않은 날에 그녀와 재래시장을 찾았다. 얼갈이 배추와 열무 몇 단 그리고 시장 표 수 제빵 두 봉 비 내리는 시장 바닥을 걷다 보니 바짓가랑이 까지 흠뻑 젖어 발걸음이 불편했지만 비는 우리 두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그녀의 집에 마주앉아 사 온 채소를 손질하는 손길에 새록새록 푸근한 정이 쌓이고 비로소 봄의 포근함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숨이 죽은 배추를 보며 나 또한 그녀의 마음속에서 소금에 절여져 남은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부드럽고 적당한 간수가 베인 배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추 몇 포기 열무 한 .. 더보기
치유 보름 전 낚시에 대한 갈망에 치유를 위한 외도를 감행한 이후 회색 빚 도시의 현란함에 익숙해지는 열나흘또다시 스멀스멀 바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그러하여 가슴 한가운데부터 차오르기 시작한 일탈의 욕망은 어느덧 목구멍까지 기어올라 또다시 외도를 계획한다.이병을 앓아온지도 어언 2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흘렀다.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을 치유도 하고 참아 보기도 하면서 많은 세월을 지나왔건만 도저히 병세는 나을 기미가 없다.오늘도 어느 때 보다 간절한 통증 때문에 나는 또다시 치유로의 감행을 위해 아내 몰래 침대를 빠져나왔다.오늘이 가고 또 다른 오늘이 교차하는 시간마저 게으름을 피우는 어둠의 가운데,자동차 리모컨 소리가 주차장의 적막을 깨트리는 시각에 치유를 위해 바다로 바다로 자맥질을 시작한다. 오늘도.. 더보기
완도군(보길도) 지난 여행지의 숙소에서 조식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맘껏 게으름을 피우다 보길도행을 재촉했다. 보길도는 완도 땅 끄트머리 화홍포나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여객선이 운항을 한다. 제법 큰 여객선이 약 40분 정도 걸려야 닿는 섬이며 보길도로 바로 가지는 않고 보길도와 연륙교로 연결되어있는 노화도까지 운항을 하는데 결코 가깝지만은 않은 섬이다. 그렇다고 멀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배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해서이다. 배가 노화도에 들어서면 약 십여 분 차로 이동을 해야 보길도로 갈 수가 있다. 보길도로 들어서면 여기도 여느 섬과 다를 바 없이 섬 특유의 여유와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풍경이야 어느 섬이나 다 고만고만하지만 조금만 움직여 보면 멀리 추자도나 흑산도, 가거도 같은 원거리 섬의웅장함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