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군산에서 하루 놀기...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을 맞아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강릉이나 남쪽 동해 삼척 등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에는 속초와 더 북쪽의 고성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이면 반복되는 극심한 도로 정체가 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런데 자주 찾는 동해안보다 가끔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그저 평범함 속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접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 서울을 기점으로 약 200여 킬로 정도로 동해안을 갈 때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게 소요된다. 흔히 동해는 근육질의 남성을 상징하고 서해안은 단아한 여성을 나타낸다는 말들을 한다. 동해는 태평양 바다의 특성상 파도가 거칠고 섬들이 없어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있는 반.. 더보기
불편한 동행 터미널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까만 얼굴의 촌로인 듯한 분이 보따리를 껴안고 내 옆에 앉으며 묻는다. "춘천 가는 차 어디서 타지요?"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어르신 저도 춘천 차 기다리니까요!" "아 그럼 같이 가면 되겠구먼?" 하시면서 내 옆에 앉는다.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고속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좌석 번호도 없어서 분명 내 옆자리에 앉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사색하듯 다녀올 여행이라 일부러 버스를 탔는데 출발부터 내키지 않는 타인의 간섭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난 재빨리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버스가 들어와 노인이 먼저 타기를 바라면서 손을 씻고, 커피를 사며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잠시 후, 멀리서 슬쩍 바라보니 버스가 들어와 있어 차에 올랐더니 다행.. 더보기
인연 공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면 항상 보이는 문구가 있다.늘 별 의미 없이 지나쳤는데 오늘 문득 이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아 바지춤을 여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보았다. "한 발짝만 더 다가서세요" 이 말이 화장실에 붙어 있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며 사람 간의 인연에 대비시켜 보았다.피천득 님의 수필에[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인 줄 알고 그것을 살려 나간다 ]라고 하셨다그리고 인연을 얘기할 때 흔히들 "옷깃만 스쳐도~~~~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만 놓고 본다면 인연은 흔하게 이루어지는 것같이 생각할 수 있다.그런데 정작 이 옷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길을 가다 타인과.. 더보기
생일도를 아시나요? 그 섬을 아시나요?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도 가방을 챙길 때면 언제나 설레고 밤잠을 이루기가 쉽지가 않다 까탈스러운 탓에 잠자리에 대한 염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섬 여행의 기대감도 한몫했으리라. 생일도, 특이한 섬 이름을 구멍가게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여가 원래는 산유도였는디 해적들이 여그 와서 얼마나 못된 짓거리를 많이 하는지 살 수가 없었데니께 해서 모다 의논한 끝에 섬 이름을 바꿔보자 해서 바꾼기 생일도 지라~~~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생일도라 개명을 한 뒤 평온하고 큰 사고 없는 섬이 되 부렸소” 생일도행 배를 타려면 연륙교로 연결된 고금도와 약산도 두 개의 섬을 지나야 하는 데 가는 길 또한 배를 타지 않고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섬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섬.. 더보기
청산도 섬을 다지며 간다몸의 중심이 다져지기 전 섬의 속살들을 이곳에선 만나지 못한다청산도는 바람 숭숭 새는 골목정좌한듯한 먼지를 들쓴 돌의 낙원이다바람이 꽃이고 그러므로 바람들의 고향이다섬 길 따라가는 사람들은 김밥 한 줄 오이 하나로 힘을 받고마을로 이어지는 삶들의 길은아직도 긴장을 덜어내지 못하고 질척한 꿍꿍이를만들어 내고 있다 청산도는 바람의 천국이다바람도 섬 사이사이 드나들며 안과 밖에 무늬를 만들고그러한 날이면 바람도 가볍지 않은 무장으로 해초 마르는 언덕의 느슨한 것들을 꼭꼭 다지며 가도사람들을 내려놓고 가는 법을 모른다섬 산이 돌을 만들었는지바람이 돌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정표가 지키고검푸른 바다의 내력은 돌이 지킨다 청산도사람의 도시를 떠나온 발자국들을 어우르며마지막 갈증.. 더보기
그 섬을 아시나요? 어슴푸레 동쪽 하늘부터 여명이 밝아오더니 드리워놓은 낚싯대에 해가 걸려 올라온다 새벽의 물안개에 젖은 남자는 방금 물에서 나온 것처럼 머리카락에서 뚝뚝 물방울이 떨어진다 조용한 바다의 물 위에서 게으른 파도가 한심하다는 듯 남자를 보며 커다란 기지개를 켜고 바람결에 잠에서 깨어난 파도 소리 물안개 속을 배회할 때 남자는 허무만 한가득 들어있는 어망을 걷고 다문다문 머물렀던 섬을 등진다 1년에 서너 번은 낚시 여행 겸 쉬러 다니는 섬이 있다. 전남 진도군 관내 조도인데 행정구역상 진도군 조도면으로 조도 군도로 이루어진 몇 개의 섬 중 가장 큰 면 단위의 작지 않은 섬이다. 필자는 이십여년 전부터 이 섬을 다녔는데 이 섬 또한 개발의 논리 속에 점점 변해가고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며 자연 훼.. 더보기
중년들에 대한 고찰 한국 중년들에 대한 고찰 예전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 여행 온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 그리스 고대 신전의 매표구 앞에서 한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은 표 안 끊어도 되겠다고 하자 또 다른 외국인이 왜 그러냐고 물으니 "한국인들은 여기가 산도 아닌데 저렇게 등산복 차림으로 중무장을 했으니 성벽 담장을 넘어가도 되겠다"고 비아냥됬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한국인들은 언제부터인가 등산복이 외출복이 되다시피 했다. 바다를 가도, 트레킹을 가도, 야유회를 가도 등산복 아뭍은 한국 사람들 등산복 사랑은 도가 지나칠 만큼 유별난 게 사실이다. 또 어느 외국인은 한국의 산은 모두 에베레스트급인 줄 안다고 한다. 왜일까? 산에 오르는 사람들 등산복을 잘 살펴보면 모두 뛰어난 .. 더보기
섬의 풍경 그 섬에 가면 그 옆에 또 다른 작은 섬이 있다 다리가 생기면서 밀물과 썰물 위를 마음대로 건너 다닐 수 있는, 작은 섬 입구엔 오래된 장승 섬 주위를 순찰하는 듯 큰 눈으로 바라보고 누렇고 짧은 털의 늙은 막개 한 마리 다리를 건너오는 사람들을 섬 대신 반기는 곳 그 옆으로 작은 갯벌이 불러들인 새들 주린 배를 채우고 물이 덜 빠진 방파제 맞은편 쪽에선 사내들 몇 비릿한 여름을 낚고 있다 선착장 쪽 노을을 삼킨 연인이 얼굴을 마주 보다가 바다 쪽으로 사라지면 그때서야 하루의 경계를 만들려는 듯 어슴푸레한 몇 서쪽 하늘에 걸린다 떠나는 하루가 아쉬워서일까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씩 들고 나온 폭죽들이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 준 배설물 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느릿한 걸음걸이의 노인부부 한쌍 어두운 쪽을 바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