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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이야기

드라이브 코스 이만한 곳 없다

 고흥엔 잘 안 가시죠?

남도 땅 끝자락 고흥은 동서 쪽 여수와 완도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서 완도와 여수의 유명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여행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특히 군 차체가 다도해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지역임에도 농경지가 쓸데없이 큰 탓에 바다를 보려는 여행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구석구석 찾아다녀보면 머물고 싶은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이런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남도의 바다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지역보다 더딘 발전을 보여주는 곳이 고흥이다.

그러나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고흥만 한 곳이 없다.

이렇게 큰 맘먹지 않으면 가기가 쉽지 않은 고흥이지만 그러나 여수와 고흥을 이어주는 77번 국도가 개통되면서 고흥으로의 접근성이 훨씬 쉬워지고 더욱 알찬 여행 일정을 잡기가 유리해졌다.

 

 

 

 

 

고흥으로 넘어가는 첫번째 다리 조발대교
대교위에서 바라 본 바다

 

 

77번 국도는 여수 화양면 백야도에서 시작해서 고흥 영남면까지 여섯 개의 섬이 다리로 이어지는데 영남면에서 일반 국도로 연결된 도로를 달리다 보면고흥반도 끝자락 외나로도까지 해안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명품 길로 재탄생한 것이다.
비가 오면 해무에 살짝 가려진 섬의 산등성이와 듬성듬성 드러난 다리와 바다가 몽롱함을 자아내며 맑게 갠 날은 코발트 빛의 바다 위로 떨어지는 파란 하늘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사람들 가슴을 파랗게 물들인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도중 만나는 아기자기한 섬들은 그동안 배편도 수월치 않아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했었는데 다섯 개의 다리가 놓이면서 베일을 벗었다.

여수 화양면을 출발하여 맨 처음 만나는 조발 대교를 건너면 조발도를 시작으로 둔병도, 낭도, 적금도 등 이들 섬은 모두 예전에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전혀 없던 작은 섬들이고섬과 섬을 잇는 대교들은 하나같이 다리 본연의 임무보다는 멋에 더 신경을 쓴 듯 단순하게 다리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밤이면 다리를 조명하는 환상적인 빛으로 시시각각 탈바꿈을 하는데 같은 다리이면서 같지 않은 자태에 여행객들의 카메라를 쉴 틈이 없게 만든다.

그중 제일 경치가 압권인 곳은 여수 쪽에서 두 번째 다리인 둔병 대교라 할 수 있는데 대교 아래 양쪽에 바라다보이는 섬들의 모습은 대교 위 주차금지 구역 구간에 잠깐 세울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을 독차지하고 다른 여행객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이기심을 갖게 한다.

 

 

 

둔병 대교 야경
대교의 야경 빛으로 하늘이 붉게 물 들었다
멀리서 담은 둔병 대교

 

각각의 다리 주변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섬마을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도 새로 놓여 오지 중의 오지였던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횡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섬사람들은 낯선 이방인들의 출현이 달갑지 않은 것은 섬의 오염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 찾아가면 섬의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절대 아니 오가 정답이다.
작은 섬마을에 도시인들의 경제적 활동을 이끌만한 인프라도 없고 막말로 돈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개발한다고 해서 섬의 규모가 이를 수용하지도 못할 것이고,

 

둔병 대교가 바라다보이는 낭도 포구
낭도 등대
낭도 해수욕장
낭도 구포리의 여객선 대합실

 

어쨌건 도시인들의 교양 없는 행동과 여기저기 버려지는 쓰레기로 섬사람들이 도시화하는 것은 막아야 할 숙제이다.다섯 개의 다리와 섬들을 경험하고 마지막 팔영 대교를 건너오면 고흥 땅인데 여수 백야도부터 시작한 77번 국도는 내륙의 해안도로를 끼고 이어진다.


 

팔영 대교
대교 위에서 본 바다

 

 

주변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여행자의 자동차는 이따금 지나는 바쁜 지역 주민들에게 경음기를 누르게 하는 짜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양보하는 여행자의 여유로움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도를 따라 20분 정도 가다 보면 고흥 우주 발사 전망대가 나온다.
그런데 우주 발사 전망대에 위성을 발사하는 곳이 없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우주기지는 이곳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외나로도 끝에 있다.
그러나 도로를 따라가 보면 꽤 먼 곳이지만 지형을 놓고 보면 전망대 바로 앞바다 건너에 우주기지와 서로 정면에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자주 있지는 않지만, 위성을 쏘아 올릴 때면 그 어느 곳보다 발사 장면이 멋지게 보이는 곳이기에 그 장면을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부지런해야 좋은 자리 차지할 수 있다.

 

나로호 발사 전망대(사진출처:고흥군 관광청)
사진출처:고흥군 관광청

 

 

전망대를 지나 다시 유유자적 바닷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륙으로 접어들고 바다가 눈에서 사라지는데 아쉬움을 푸른 숲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 마을의 정취가 대신하고 사람 사는 정겨운 모습에 나름 가슴에 넉넉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런 시골의 정취도 잠깐, 느릿한 운전임에도 고흥 끝자락의 시작인 내나로도 1교에 다다른다.
이곳부터 내 외나로도를 들어가는 길은 77번 국도가 아닌 일반 지방도가 드라이브를 인도한다.
내 외나로도는 수십 년 전 다리의 외형보다는 주민의 편리함 만을 위한 목적으로 놓인 더교형식의 다리이다 보니 다소 볼품은 없지만, 다시 바다와 어우러진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드라이브 도중 바다 주변에 뜨문뜨문 조성된 어촌 마을에서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지금까지 아름다움 바다이었던 여행의 주제가 삶의 바다라는 다른 주제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도착했을 때가 썰물 때라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아름답기만 한 바다와 달리 오롯이 드러난 바다의 치부에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처절함이 묻어 나옴을 느낄 수 있다.물이 빠지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바다가 출렁일 때보다 더 많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섬 곳곳에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을 찾아 그곳 사람들의 삶에 개입해 전라도 억양의 사투리에 녹아들어 가다 보면 도시인이라는 우쭐함은 오히려 초라함으로지녔던 모든 지위와 지식과 부는 잊힐 것이다.
나로 1교를 지나 내나로도를 가슴에 담고 길을 가다 보면나로 2교가 나온다.
나로 2교를 건너면 남도 자락 고흥반도의 땅끝 외나로도이다.
이곳 또한 내나로도와 별다른 곳이 없지만, 이곳에 우주 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나로도 우주발사기지가 있다.시간이 된다면 들러 위성 발사의 과정과 우주의 신비도 체험한다면 바다와 우주라는 색다른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나로도 우주 과학관(사진출처:고흥군 관광청)

 

 

이곳에서 도로는 끝이 나고 육지 땅 끄트머리 다시 자동차 핸들을 왔던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여행자라면 또는 여행 일정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여객선을 타고 다시 처음 출발했던 여수로 나갈 수가 있다.
고흥,갈 때마다 느끼지만 내. 외나로도를 가면 마치 시간이 30년 전에서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광 인프라가 풍부하여 전국의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내 외나로도는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다.
때문인지 개발이라는 난제 속에서 아직 굳건히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깃든 바다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 77번 국도의 개통과 함께 고흥도 더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기대한다는 후문이 있다.
지역자치 시대에 관광 자원을 좀 더 활성화해서 지방제정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맘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경제에만 눈이 어두워 자연과 인간의 삶의 질서가 뒤로 밀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날로 발전하는 문명사회는 어느 순간 사람들로부터 외면 대상이 되고 결국 문명에 찌든 사람들은 더 자연 속으로 시간이 멈춘 곳으로 찾아들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고흥 또한 발전보다는 기존의 것을 지키며 아름다움보다 편함이라는 여행의 주제를 목적으로 관광 인프라를 넓혀간다면 차별화된 여행지로서 더 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이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행객들 또한 고흥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나로부터 발생한 찌꺼기는 집으로 돌아와 처리하는 바다 같은 넓은 미덕을 지킬 줄 알고 도시인의 건방진 시각으로 어촌 사람들을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77번 국도,
아름다움과 낭만이 공존해있는 바다 위의 도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의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넣어도 손색이 없고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지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기억에 남아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어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여행의 후유증을 겪고도 남음 직한 곳이다.
모든 것을 받아주기 때문에 바다라고 했던가?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바다는 사람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런 곳이 77번 국도의 바다 드라이브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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